죄, 뉘우침, 고통, 후회 등의 감정이 엮여져서 그게 종교들을 가로지르는 공통된 감정과 도덕으로 존재한다.
기독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불교에서도 마찬가지 (성철스님의 열반송에서도 죄많은 인생...이라 하신다), 유교에서도 물론... 맹자의 수오지심만 봐도.
그런데 그런 종교들에서 특히 유교만이 일상생활의 영역에서도 그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강하게 적용한다. ego를 깍아내고 죽이는 것이 value로 되어 있기 때문에 shy하고, 자신을 탓하고 (일본어의 각종 인사말들을 봐라...), 하는게 수직적 사회 문화 체계에서 value로 여겨졌다.
여기에 대해 세 가지 정도 코멘트를 하고 싶다.
첫째는, 나의 예상으로는 이 '죄' '죄책감' 등은 인간에게 내재된 도덕 기반들 중 하나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니까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도덕감정들 세트 중 기본 요소 중 하나인 것 같다. (이 기본적 도덕 감정들에 대해서는 Ted.com에 가서 Jonathan Haidt의 강연을 보면 설명이 아주 잘 되어 있음...) 쉽게 말해 biological 기반이 있다는...
둘째는, 각 사회의 문화, 윤리, 관습 그리고 종교의 계명과 코드들은 바로 이 기본 도덕 감정에 의존하고, 그것을 자극하고,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마치 음식산업이 인간의 식욕에 기대고, 스포츠가 인간의 전투(?)심리에 기대고, 넘쳐나는 연애 관련 산업이 인간이 느끼는 로맨스라는 감정에 기대는 것과 비슷하다...
셋째는, 해외 나와서 보면 유독 한국인(과 일본인)이 부끄러움 많이 타고, 우물쭈물 하고, shy하고, 갑자기 introvert해지고, 영어 못한다고 수그러들고 등등 그러는데...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한국의 총체적인 문화가 저 feelings of guilt를 (인간 기본 도덕 감정 중 하나인) 유독 자극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낯선 상황에서의 어떤 자극에 저 감정이 활발하게 반응하는 것이라 보여진다. 성격이 outgoing하고 활달한 사람들은 그나마 저 감정이 정상(?)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고...
결국 문화와 biology의 interaction에 의해 파생되는 결과라는 얘기다.
(biology X culture = personality & attitudes)
물론 진짜로 뭔가를 잘못했을 때는 반성하고 죄책감 느끼고 후회하고 그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나도 바로 저 감정을 의도적으로 shut down하기로 하였다.
결론: 한국인이여 당당해져라-_-;;
p.s. 나의 사랑 위키피디아는 이거에 대해서도 항목이 있다. 게다가 재미있다ㅎ
p.s.2 여기에 사실 George Lakoff가 말하는 radial category / metaphor 개념도 적용하면 어떻게 culture X biology 과정이 이루어지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건 그냥 혼자서 생각...
댓글 남겨도 되는건가요?ㅋㅋ 공감되서요 미국에서 10-20대 아시아계 여성들의 자살률이 젤 높다고 들었는데 길티필링 이거도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 여기서 문화는 미국인지 아시아계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겠지만 culture X biology 구도에서 이민자 가정들 보면 좀 재미날 듯. 암튼 기독교에서는 죄인임을 인정해야 구원과 영생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건데, 사회문화적으로 보면 해악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멋쩍어하는 거'도 결국은 죄의식과 한 뿌리가 아닐까 하는데 이게 못난 거 아니겠어요;; 그러고보니 수치심하고는 좀 다른 걸까요? 반 농담이지만 에전에 이성복 시인을 좀 좋아라하다가 그의 시세계의 기저에 수치심이 깔려있다는 누군가의 해석을 보곤 나의 자학적 내면을 들킨 것 같아 몹시 수치스러워하며 돌아섰던 기억이ㅋㅋ
ReplyDelete댓글 넘 감사합니다ㅎㅎ 이 블로그는 제대로-할까-말까-블로그라서 별로 내용도 없고 그래요ㅋ 원래 생각들은 싸이에 많이 썼었는데 저나 일촌들이나 이젠 별로 안해서...^^;
ReplyDelete듣기로는 홍콩에 노인들이 자살이 많은데 자살 원인 중 하나가 애들한테 병원비 부담 주기 싫어서...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또 생각나는게 유태인 엄마와 한국인 엄마의 공통점으로 애들한테 막 희생한 다음 애들한테 guilty feeling심어주는거라고..."널 위해 이렇게 고생하는거야!" 결국 그 guilt가 엄마한텐 weapon이 된다고...ㅎㅎ;;;
암튼 사회문화적으로 해악이 많은건 사실인 듯. 종교상으로야 잘못한 것에 대해서만 죄를 묻고 죄책감을 가지면 되는거지만 사회문화적으로 수치와 죄와 자신을 깎아내려야 하면...아이폰 같은거 못 만들죠ㅋㅋ
이성복 시인은 예전에 '그 날'이라는 시 하나 읽고 정말 감격해본적 있는데 그런 수치심의 문제도 있군요... 하긴 생각해보면 한국 근현대 기간의 문인들 중에 어떠한 방식과 계기로든 수치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드물 듯 하네요...이건 안주거리..ㅋㅋ 근데 유진씨가 자학적 내면이라 하시니 나중에 비슷한 사람들 모아 자학클럽 같은거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드네요ㄲㄲ
(근데 쓰고 보니 blogspot에는 대댓글 기능은 없는 모양이네요. 난 그게 좋은데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