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많은데 거기에 특히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사는 (운이 좋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가치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그 덕택에 좀 더 열정을 가지고 좀 더 부지런히, 행복하게 살게 되는데...
학문을 직업으로 하다보니 늘 공부하는 것의 의미 (단순한 밥벌이가 아닌), 그리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할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가치는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사실 그런 것이 자신의 목표와 잘 결합되어 있으면 여러가지로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
이건 나 뿐 아니라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문제일텐데, 즉 어떻게 하면 직업과 관련하여 '가치'있는 목표를 가지고 그를 바탕으로 의미있는 삶을 살 것인가... 여기에 대해 좀 분석적이고 손쉬운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엄밀히 내 이론이라기 보다는 남의 이론을 빌어와서 쓰는 것인데, 의미/가치라는 것은 내가 보기에 아주 명확히 도덕 감정과 결부되어 있다. 도덕(morality)에 해당되는 것이어야 그것이 의미/가치를 지닌다. 사회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Jonathan Haidt)의 (좀 유명해진) 이론에 따르면 모든 사회/문화에 걸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5가지의 도덕 종류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1. Care/harm: 약자를 보살피려하고 누군가가 해쳐지는 것을 막으려하는 도덕 감정...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것으로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해 도움을 주려는 것까지 포함됨...
2. Fairness/Reciprocity: 공정함, 공평함을 추구하는 근본적 성향. 일상생활의 사소한 거래나 사회정의 수준까지 다양..
3. Ingroup/Loyalty: 우리 집단, 내집단을 위해 희생하고 그 이익을 위해 개인이 노력하고자 하는 성향. 부족 심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나라에 몸을 바치는 애국심부터 스포츠 경기에서 내가 지지하는 편에 대한 절대적 충성도까지 포함.
4. Authority/Respect: 어떤 윗사람, 더 우월한, 가치있는 사람을 상정하고 그에 복종하거나 존경/경의를 표하는 것에 대한 도덕 감정. 전통 문화의 핵심이 여기에 있음. 유교문화, 가부장 문화, 종교에서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 연령주의, 연공서열 등
5. Purity/Sanctity: 성스럽거나 순수한 대상을 상정하고 그것을 보호하고 경배하려는 도덕 감정. 아주 단순한 수준부터 고등한 수준까지의 종교적 태도가 대표적인 예.
이것들이 도덕 감정의 기본적인 종류들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진다거나 삶에서의 목표를 가진다거나 할 때, 의미와 가치가 있는 방향을 추구한다면 저 다섯가지 중 최소 하나와는 목표가 결부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1. care: 나는 이 직업/목표를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돕고... (e.g., 가난한 사람, 노동자, 사회적 약자...)
2. fairness/reciprocity: 나는 이 직업/목표를 통해 올바르지 못한 ( )을 바로잡고... (e.g., 잘못된 제도) 혹은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고 있는 이런 집단의 문제를 지적하고...등
3. ingroup/loyality: 나는 이 직업/목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 )가 세계 속에서 더 나은 수준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고 (e.g., 과학기술, 스포츠, 경제, 김연아...) 혹은, 우리 가족의, 우리 회사의....
4. authority/respect: 나는 이 직업/목표를 통해 ( )을 최대한 잘 모시도록 하고...그 분을 잘 봉양하도록 하고.... ( )을 위해 헌신하고...등
5. purity/sanctity: 나는 이 직업/목표를 통해 ( )을 위해 삶을 바치도록 하고... (e.g., 신, 국가, 예술, 가문, 학문....)
각각의 예들이 훨씬 많이 있고, 두 가지 이상의 항목이 결합되는 경우도 많겠지만 일단 대충은 이렇다.
만약 자신의 삶에 의미/가치를 두고 싶거나 직업과 관련하여 '궁극적' 의미를 찾고 싶다면 저 카테고리에서 골라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좀 더 분석적으로, 그리고 손쉽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요즘은 시대정신이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라, 삶도 즐기고, 직업도 내가 즐기는 것으로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길을 택한다면 굳이 저기에 묶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저런 도덕 감정 말고도 다른 종류의 욕망들, 예를 들어 물질적 욕구나 명예욕 같은 것이 드라이브가 된다면 그 또한 원동력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로 인간은 좀 더 고차원적인 목표/의미를 찾게 되는 경향이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저런 도덕적 기반과 생각이 링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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